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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오사카

눈이 호강하는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

도리를 찾아서

 

단기기억상실증을 앓고있는 블루탱 '도리'의 고향을 찾아서...

스포일러는 없으니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저번 글을 너무 성의없이 썼는데 이번에는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니모를 찾아서'가 개봉한지 10년이 더 넘게 흘러버린 지금, 드디어 기다리던 차기작이 개봉했습니다. 외국에선 이미 기록도 갈아치우고 있는 판에 가만히 있을수가 없죠. 당장 달려가서 보고 왔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전 작품을 망치치 않은 작품으로 돌아와줘서 고마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볼 수 있는 드넓은 바다의 모습은 아쉽게도 많이 나오지는 않구요. 도리의 감정을 중점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도리의 고향을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향이 어디인지는 스포일러라 얘기를 못하지만 궁금한 채로 극장가서 관람하시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되실겁니다. 혼자서 조용히 보고싶어 오래간만에 서울극장에서 봤는데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도리' 목소리 역을 맡은 엘렌 드제너러스라는 코미디언겸 배우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엘렌 쇼'를 보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에미상을 많이 수여한 대중적인 스타인데다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를 맡기도 했죠. 제가 기억하기론 시상식에서 내 목소리를 아냐고 농담을 던진걸로 아는데 중요한 건 이번 작품에서 한층 더 폭 넓어진 도리의 목소리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으로 기대하셔도 좋은게 다양한 캐릭터들의 연기입니다. 특히 전편에서 도리가 어떻게 고래랑 대화가 통했는지에 관한 비밀을 밝혀주는 귀염둥이 고래상어 '데스티니', 바닷속 스파이더맨이라고 불리울만한 부끄럼쟁이 7다리 문어 '행크', 초음파 발산의 귀재 흰돌고래 '베일리', 이 세 종류의 동물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즐겁게 해주니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역시 디즈니ㆍ픽사 애니메이션 답다'라는 말이 자기도 모르게 나오실 겁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하시는 부모님들은 다이앤 키튼이 연기한 목소리를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스포일러라 쓰지 못하지만 솔직히 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역시나 눈이 호강하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영화는 오래간만이었네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수족관(아쿠아리움) 경험 하시고 계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예상하시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영화 상영 전, 단편 애니메이션이 먼저 상영되므로 좌석에 되도록이면 빨리 앉아 계세요. 더불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흘러나오는 엔딩곡도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가수인 Sia의 Unforgettable이란 곡인데 영화의 핵심이 담긴 몽환적인 음악입니다. 어떤 경우에 처하던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중요한 걸 잊은채로 살고 계시다면 멈추어 서서 한 번 뒤돌아 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꼭 숨겨져있던 좋은 추억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면 아프던 몸과 마음도 치유될겁니다. 모두들 힘내시고 행복하세요.

 

영상이 끝나고 쿠키 영상이 있다고 ***님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크레딧이 끝나기 전에 나와서 보지 못했는데 고맙게도 ***님께서 내용을 쪽지로 보내주셨습니다. 혹시 보러가시는 분 계시면 엔딩 크레딧 끝날 때까지 앉아계세요.

 

확실히 마지막 장면에서 많이 느슨해지는데다 오바스러운 장면이 많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이 보는 장르라는 틀이 이미 오래전에 깨졌지만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문어가 운전하는 장면은 웃고 넘겨야겠죠? 저도 바다가 주 무대가 아닌 것은 굉장히 아쉬웠지만 그렇게 적으면 다른 분들이 실망하실 것 같아서 '도리의 고향' 을 볼 수 있었다는게 장점이었다는 식으로 글을 적어버렸네요. 무슨 도리가 귀족 물고기도 아니고... 발전된 영상미와 연출력은 정말 감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혼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불안함'을 무궁무진한 바닷속에서 한 마리 물고기가 헤엄치는 장면으로 표현한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게다가 행크와 도리가 ***관을 바라보는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서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도리가 주인공이다 보니 말린과 니모의 분량이 많이 적었죠. 이야기의 시작이 '니모가 인간들에게 붙잡힌 이후로 1년 후' 시점이다 보니 어른이 되지 않은 귀염둥이 니모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엔딩 크레딧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행크'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음악도 좋고... 서울극장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서 조용히 혼자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갔더니 약간은 충격적이었던게 저 밖에 없었습니다. 표 검사하시는 알바분과 정중하게 인사하고 즐겁게 감상했는데 관람객이 저 혼자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시던데 저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서 알바분께 괜히 미안했습니다.

 

'니모를 찾아서'를 꼭 보신 후에 '도리를 찾아서'도 보시기 바랍니다. 애니메이션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냥 귀여운 캐릭터들 보는 재미도 있구요. 외국에서는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엄청난 성공을 하고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떨지 모르지만 아마 그 정도의 위력은 발휘를 못하겠죠? 오프닝 스코어부터 시작해서 애니메이션의 판도를 바꾸어 놓는 작품이 되었는데 앞으로 조금 더 힘내서 몇주 더 1위를 하는게 제 작은 소원입니다.

 

"어떤 경우에 처하던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라는 문구가 심금을 울리게 했다면 그렇게 느껴주신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마 아주 소중한 걸 마음속에 지니고 계서서 공감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 귀중한 기억과 추억들 평생 잊지않고 고이 간직하시길 바라겠습니다.